슈타이너와 인지학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의 인간 존중적인 교육 철학에 공감한 ‘발도르프 아스토리아 담배공장’ 사장 에밀 몰트의 배려로 1919년에 담배 공장의 노동자와 일반인의 자녀를 위해 처음 설립되었는데, 슈타이너의 학교 및 교육을 발도르프라고 칭하게 된 것은 이 공장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최초의 ‘자유 발도르프 유치원’은 슈타이너에게 감명을 받았던 엘리자베스 그린레스(1895~1981)가 1926년 슈투트가르트에 설립하여 시작 되었다. 슈타이너는 기술과학과 정신과학의 접목을 통해서 의학, 농업, 예술, 경제, 과학, 인문 과학 등을 폭넓게 연구한 학자, 사상가이다.슈타이너의 독자적인 사상인 ‘인지학(Anthroposophie)’은 발도르프 유치원, 발도르프 학교, 특수 아동치료 교육기관, 병원, 연구소 (의학, 식물학, 농학, 화학 등)등 발도르프 학교의 철학을 토대로 한 수많은 교육 및 연구기관과 교사 양성기관의 성립과 발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1861년 2월 27일에 농촌 출신의 어머니와 철도공무원인 아버지 사이에서 맏아들로 태어났다.눈에 보이는 물질세계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를 존중하는 사상을 가지고 있던 슈타이너는 41세 무렵인1902년에 신지학파를 만나게 된다.‘인지학(anthropos)은 그리스어 ‘anthropos’(사람)와 ‘sophia’(지혜)를 합성한 말로, 인간에 대한 지혜’를 말한다. 인간 본성에 대한 바른 인식에 기초해서 사람 안에 잠자고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지학은 보이는 세계 배후에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하려는 슈타이너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론적인 문제에서 출발하여, 정신적이며 영원한 것을 탐구하고자 한다. 따라서 인지학은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 즉‘정신세계의 탐구를 위한 과학적 방법론’ 또는 ‘정신과학’ 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슈타이너는 1910년에서 1916년까지 7년 동안 인지학의 예술적인 측면들을 깊이 연구하기 시작하여 신비극(신비주의 드라마), 오이리트미 등을 발달시켰고, 이런 예술적인 창조활동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인 괴테아눔을 설립하였다. (첫 번째 괴테아눔은 1922년에 화재로 소실) 오이리트미(Eurythmie)는 그리스어 Eu(아름답다)와 Rhythmus(리듬)을 합성하여 ‘아름다운 리듬’ 이라는 의미를 가진 것으로 소리와 동작을 새롭게 결합시킨 것이다. 오이리트미는 인간의 몸을 통해 소리를 보여주는 움직임의 예술로서, 심리적이고 영혼적이며 정신적인 기능을 강조하는 몸으로 말하는 마음의 언어’ 라고 할 수 있다.
슈타이너는 인지학이 자신의 철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의 구체적인 활동으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1917년부터는 인지학을 바탕으로 ‘사회 유기체의 삼중구조화 운동’ 을 주창하며 ‘발도르프 학교의 성립’ 뿐 아니라 ‘인지학적 의학의 발달’, ‘치유적 오이리트미와 치유 교육학’, ‘유기농법’ 등 사회를 이롭게 하는 다양한 사회적인 실천들을 주도하였다.
1919년 9월7일에 첫 번째 발도르프학교가 발도르프 아스토리아(Waldorf-Astoria) 담배공장에서 최초의 자유 발도르프 학교는 국가의 영향을 받지 않고 교사들 간의 의사결정체인 ‘교사회의’와 1923년 Stuttgart 발도르프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의 자율적인 합의에 의해 운영되는 자율적인 학교의 형태로 교사의 상상력과 창조성에서 출발하는 교육을 할 때에야 비로소 인간의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 교육이 이루어진다. 세계 곳곳에 있는 발도르프 학교가 발도르프 교육의 정신은 살아있지만 외형적으로 볼 때는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으며, 그 나라 혹은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정신을 반영하여 어떤 권위나 형식적인 교육체제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발도르프 교육의 특징이다
의학분야에서 1921년 홀란드의 의학 박사인 이타베그만(Ita Wegaman)에 의한 ‘임상 및 치료 연구소’ 설립을 이끌었고, 오늘날 국제적으로 판매되는 벨레다(Weleda) 주식회사의 설립을 이끌었다. 치유적 교육학의 측면에서 슈타이너의 오이리트미가 아동들에게 종종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태도의 수정 뿐 아니라 중추신경의 근육수축이나 신진대사의 이상을 치유하는데 커다란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치유 교육학 연구소’가 설립되었다.
장애아의 교육에서도 슈타이너는 교육자가 문제를 지닌 아동 개개인의 본성을 파악할 것을 강조하여 국제 캠필 운동 (International Camphill Movement)을 발달시켰다. 국제 캠필 운동은 오스트리아 소아과 의사이자 교육자인 쾨닉(Karl Koenig)이 슈타이너의 인지학에 영향을 받아 1959년에 장애아들을 교육하는 공동체를 시작한 것으로 오늘날 캠필 운동은 19개국 이상 90개 이상의 공동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인지학은 생명 역동적 농법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슈타이너는 농업에 관한 강연에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경작하는 방법에 관한 가르침을 주었고, 자연과 우주의 근원적인 힘을 활용하면 농업이 어떻게 번창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슈타이너가 말한 경작 방법이 오늘날 유기농법(Bio-dynamic: 땅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간주하는 방법)으로 발달한 것이다.생명 역동적 농법을 적용한 생산물들은 현재 ‘테메터(Demeter)상품’이라는 이름으로 각 나라의 소비자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이렇게 슈타이너의 인지학은 교육, 의학, 농업 등의 여러 분야에서 사회와 인간을 이롭게 하는 실천적인 철학으로 사용된다.
1925년 3월 30일에는 자신이 구상하고 조각한 그리스도의 상 아래서 64세의 일기로 일생을 마쳤다.

발도르프 교육학

발도르프 교육학은 슈타이너의 인지학적 인간 이해에 기초를 두고 있다. 슈타이너는 교육이란 인간 본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슈타이너는 세 가지발달 단계 의지(willing), 감정(feeling), 사고(thinking)등의 발달 과업은 너무 빨리 성취되어서는 안 되며, 인간에게 가장 적절한 시기에 적합하게 성취되어야만 인간의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세 가지의 발달 단계를 거쳐서 21세 이후의 성인기에는 자아가 발달하며 의지, 감정, 사고의 발달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며 손을 통해서 자신의 의지대로 창조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인간’ 이 되는 것이다.